지회소식

이화 하이킹

지난 2월 이화동문 단체 카톡 방에 이혜숙 회장 님의 ‘이화 하이킹’ 안내문이 올라왔다. 팬데믹으로 위축되어 있던 마음을 녹일 반가운 행사여서 즉시 참여 의사를 알렸다.

겨울이 우기인 밴쿠버는 3월로 접어들면 해 나 는 날이 점점 많아진다. 몇주 전부터 일기예보를 주시하며 모두 기도 한 덕으로 바로 전날 까지 내리던 비가 3월 8일 하이킹 날은 활짝 개었다. 약 열 명의 동문이 코퀴틀람 (Coquitlam)에 있는 먼디파크 (Mundy Park)에 모여 박혜정 (82 관현) 동문의 안내로 하이킹을 시작 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전나무 숲 속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아직은 좀 쌀쌀하지만 전나무 숲 향내가 가득한 상큼한 봄 기운을 가슴 속으로 흠씬 빨아들이며 걷는 우리를 환영이라도 하듯 새들의 노래 소리가 숲 속에 울려 퍼졌다. 호수 위에 한가로이 떠다니는 오리들도 모처럼의 청명한 날씨를 즐기는 듯 했다.

우리는 아이들 처럼 호수 난간에서 사진도 찍으며 그동안 쌓였던 팬데믹의 스트레스를 훌훌털어버렸다. 숲 속 여기 저기 쓰러져 있는 고목 그루터기에 주먹만한 약 버섯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밴쿠버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나무는 죽어도 버섯을 내주며 또 다른 생명을 탄생시키는데 나는 어떻게 내 생명을 다 하여 살 수 있을까? 잠시 사색해 본다. 젊은 층은 만 보를, 나 같은 시니어 동문들은 5-6천 보는 걸었을 것이다. 호수를 끼고 먼 코스 언덕을 돌아온 후배들과 선배팀이 합류하여 주차장으로 함께 내려왔다. 막 집으로 출발하려는데 그냥 헤어지기 섭섭하셨던지 총무님이 내 차에 올라타며 식당으로 가자 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회장님이 손수 만들어 온 검은 깨강정으로 허기를 채우며 정담을 계속했다. 세대 차이 나는 선배와 격없이 대화를 나누며 돌보아 주는 젊은 후배들의 따뜻한 마음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요즘 세상에 나이 많은 선배를 모시고 하이킹을 마다 않는 젊은 세대가 이화의 딸들 말고 또 어디 있을까!


이화 하이킹은 매달 둘째 화요일 같은 시간에 하기로 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집으로 달리는 하이웨이에서 아직도 설경이 남아 있는 골든 이어스 (Golden Ears Mountain) 산봉우리에 흰 구름이 감겨있는 걸 보았다.

내일은 비가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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